2009년 8월 2일 일요일

투자시장의 패스트푸드와 가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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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blog.syracuse.com


맥도날드는 패스트푸드를 대표하는 다국적 회사다. 1948년 설립된 이 회사는 전 세계인들에게 아주 편리한 먹거리를 제공하면서 거대 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간편한 먹거리 상품에 대한 시비와 논쟁이 끊이질 않는다. 대체 왜 그럴까?

우선, 패스트푸드는 누구나 싸고 간편하게 얻을 수 있다. 매장에서 주문 후 계산을 하고 나면 곧바로 햄버거가 나온다. 식사 후 남 은 음식을 쓰레기통에 넣고 나오면 한 끼를 거뜬하게 해결할 수 있다. 외견상 여기까지는 하등의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두 번째 특징을 살펴보면 좀 복잡해진다. 즉, 이 패스트푸드는 싼 맛에 자주 이용하다 보면 강한 중독성을 띠게 된다 는 점 때문에 그렇다. 2003년 7월 영국의 '더 타임스'는 미국 위스콘신 대학 연구팀의 보고서를 인용해 "패스트푸드를 장기 섭 취한 쥐들에게 그것의 공급을 중단하면 마약에 중독된 쥐에게 마약을 끊었을 때와 유사한 증상을 나타난다"고 보도했다.

또, 패스트푸트는 싸고 입에 달다고 자주 먹게 되면 비만을 불러 올 수 있다. 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1971년 일본에 패스트푸드 가 상륙한 이래 80년대 중반까지 그 판매량이 2배 증가했고, 이에 따라 어린아이들의 비만율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패스트 푸드 이외의 다른 요인들을 고려하더라도 상당히 유의성 있는 지표다.

그런데, 이러한 패스트푸드화가 주식 시장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온라인 주식거래가 바로 그것이다. 증권선물거래소의 자료에 따르 면 1997년 첫 시행 이래 이 시스템을 통한 주식 거래비중은 코스피, 코스닥을 합쳐 1998년 1월 1.3%에서 2006년 각 각 40%, 77%로 높아졌다. 이 수치는 전 세계를 통틀어 최고를 자랑한다.

증권회사 객장에 굳이 나가지 않아도 안방이나 사무실에 앉아서 상대적으로 싼 수수료를 지불하며 매매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 시 스템은 분명 장점이 있다. 즉 싸고 간편하다는 점에서 패스트푸드의 첫 번째 조건을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라인 거래는 중독성이 강하다.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각종 게임이나 도박처럼 이것 역시 한번 맛을 들이면 쉽게 떼기가 어 렵다. 만일 매매를 통해 단기차익을 얻고 절묘하게 손실을 피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 쾌감은 그 어떤 도박의 그것 이상이 다. 이 중독자들은 주식투자를 타이밍의 예술이라며 각종 차트와 복잡한 파동이론들을 경전처럼 떠받들며 빠져들어간다.

또, 싸고 간편하다는 이유로 온라인 주식거래를 지속하다 보면 거래비용을 자주 치르게 된다.사고 팔 때 지불하는 수수료와 팔 때 내는 거래세가 바로 그것이다. 많은 비용은 자산 증식에 걸림돌이다.

온라인 주식 거래비용은 일견, 객장을 통한 거래비용보다 싼 듯 보인다. 하지만 매매 회수가 잦아지면 어느새 비용은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 시나브로 커진다.

게다가 일단 온라인에 접속이 되면 세상 온갖 뉴스와 마주하게 된다. 변화무쌍한 시세의 흐름에 노출된다. 이 지경이 되면 뉴스와 시세의 변덕스러움에 갈피를 못 잡고 매매를 통해 위험과 기회를 컨트롤하려는 유인을 떨치기가 힘들다.

하지만 자기 생각처럼 위험을 회피하고 기회를 포착하기란 쉽지 않다. 그보다는 엇박자를 타게 될 가능성이 더 높다. 즉, 잦은 매매 가 거꾸로 위험을 키우고 기회를 줄이는 매매를 반복해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자꾸 벌어지면 투자의 손실은 불 보듯 뻔하 게 된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패스트푸드를 권하지 않는다. 아주 가끔이라면 모르지만 허구 헌 날 이 음식을 아이들에게 권할 부모는 없 다. 그보다는 집에서 어머니가 손수 만든 가정식을 권할 것이다. 비록 늘상 접하는 것이라 맛은 밋밋할지라도, 길게 보면 이 가정식 이 우리 아이들을 더욱 튼실하게 성장시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투자의 '가정식 백반'은 없을까? 주식시장의 변덕스러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각종 뉴스매체의 혼란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 이 방해 받지 않는 그런 투자는 없을까? 요즘 유행하는 해외펀드처럼 투기욕구를 만족시키진 못하지만 길게 봐서 우리에게 유익 이 될 것 같은 그런 투자는 없을까?

나는 사회책임투자야말로 그런 조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 사회책임투자는 기업이익의 원천을 따져보면서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 에 더욱 그렇다. 외생변수로 인한 일과적 이익, 단기 호재로 인한 단발성 이익, 특정 이해관계자의 희생 위에 얻어진 이익, 반사회 적 반환경적 반윤리적 상행위로 얻어진 이익, 투기적 거래로 계상된 이익은 지속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언젠가 부메랑처럼 기업에게 다 시 코스트인(Cost-In)될 것이라고 믿는 까닭이다.

패스트푸드식 투자를 일삼는 이들에게 나는 아담 스미스(Adam Smith)가 그 유명한 '국부론'에서 제기한 다음과 같은 경고문구를 전해주고 싶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천박한 효용'이라는 장신구 위에 돈을 진열해놓음으로써 그들 스스로를 망가뜨리고 있는가? (How many people ruin themselves by laying out money on trinkets of frivolous ut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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