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출처 : thesituationist.wordpress.com
지난 2월 10일자 영국의 이코노미트 誌는 '위험한 투자자(Caveat Investor)'라는 제목으로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에 대해 다음과 같은 비판적 글을 실은 바 있다.
"실적이 안 좋은 기업을 그냥 사라. 직원들을 자르고, 부채를 줄이고 경영진에게 과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라. 그렇게 4,5년을 요 리한 후 이익의 향연을 벌여라. 이것이 바로 사모펀드 그룹들의 요리법(Recipe)이다. 그들은 메꾸기떼와 유사하다. 그들의 철학 이란 단지 '기업을 사라, 그 옷을 벗겨라, 그리고 먹고 튀어라'로 요약될 수 있을 뿐이다."
사모펀드는 철저히 영미 식 자본주의의 산물이다. 영미 식의 핵심은 단순화하자면 전주(錢主)이익(주주 이익)의 극대화다. 따라서 그 들의 손익계산서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보텀라인(Bottom Line, 결산)의 숫자를 최대화시키는 것이다. 즉, 잘 포장해서 소 비자에겐 최대 부담을 지우고, 잘 달래서 협력업체와 종업원에겐 최소 부담을 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모펀드 식의 경영전략이 된 다.
최근 국내 은행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국내 은행들이 과대배당을 하고 과다한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 나 그 비판의 출발점을 찾아보면 은행들이 지나치게 영미 식 자본주의의 '단기 주주이익 중심의 함정'에 빠져 있음을 경고하고 있 는 데에 있다. 실상도 그러할까 궁금해진다.
2006년 기준 5대 은행(국민, 외환, 신한, 하나, 우리)의 단순평균 배당성향은 약 34%로서 글로벌 상업은행들의 50%를 하 회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은행의 과대배당 지적은 적정주주 환원정책의 관점이라기보다는 저배당을 미덕으로 삼았던 개발 성장의 논리거 나, 국내 은행들의 대주주인 외국인들에 대한 적개심에서 기인한 듯 보인다. 미국계 사모펀드가 대주주이자 경영자인 외환은행의 경 우 64%의 최대 배당 성향을 나타낸 것이 그 방증이다.
그러나 국내은행의 수익 구조를 뜯어보면 문제가 좀 복잡해진다. 금융연구원의 최근 자료에 의하면 국내은행의 '이자이익/총이익' 비율 은 87%다. 이는 단연코 OECD국가 중 일본을 제외하곤 으뜸이다. 핀란드의 41%, 프랑스의 42%, 캐나다의 51%, 스웨덴 의 52%, 영국의 54%와 대별된다. 부연하면 국내 은행들은 해외 선진은행들에 비해 그저 예대마진만을 취한 단순노동을 통해 돈 을 벌고 있는 것으로 들어난 셈이다.
그렇다면 이자이익의 발생원천인 대출구조는 어떠한가? 삼성경제연구소의 2006년 자료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기업대출/원화대출' 비율 은 90년대 초반 40%에서 2004년 말에는 11%로 하락한 반면 '가계대출/원화대출'은 거꾸로 90년대 초반 10%미만에 서 2002년부터는 절반을 넘어섰으며 2005년 말에는 56.9%로 급상승했다. 금액으론 약 260조원 규모다.
따라서 대출의 내용도 기업대출보다는 상대적으로 가계대출(부동산담보대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이 대출금의 상당액은 지난 수년간 부동산시장 과열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여하튼 이러한 구조 하의 단순 예대마진을 통해 지난 2년간 국내 은행들은 순이익의 향연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순익 1조 클럽'에 가입한 상장회사 15곳 중 무려 6곳이 은행이라고 하니 말이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만일 장기투자자인 사회책임투자자들이 국내은행의 주요주주로 자리잡았다면 가장 먼저 제기할 의문은 무엇일까? 그것 은 국내은행들의 부동산 담보대출에 기댄 수익구조가 과연 지속 가능할 수 있을지 여부로 모아질 것이다. 논쟁은 다음의 두 가지로 요 약될 것이다.
그 첫째는 은행의 이익구조가 다양한 영업기반의 창출과 원가절감, 신상품의 개발, 블루오션적 시장창출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부동 산 상승에 기대거나 그것을 직간접적으로 부추긴 결과에 따른 주기적(cyclical) 시황에 따른 이익인지를 판별할 필요가 있다.
전자의 이익이 지속 가능한 이익이라면 후자의 이익은 지속 불가능한 이익에 머무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지속 불가능한 이익 에 대해서는 일정한 디스카운트를 하거나 리스크 프리미엄을 얻을 필요가 있다. 사회책임투자자로서의 재평가작업이 뒤따르는 것이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확실한 교훈적 사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 80년대 중반 미국의 부동산 관련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94년까 지 약 2500여 개의 은행들이(저축대부조합 포함) 파산한 사실과 90년대 일본의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약 10년간 130여 개 의 금융기관들이 망해 나간 기억들이 바로 그것이다.
둘째로 은행의 생래적 특성에 주목한다. 은행은 공공성이라는 제약조건 속에서 상업성을 극대화시키는 조직이다. 공공성이란 은행의 지급 결제 기능, 통화 신용정책의 경로로서의 기능, 기업구조조정기능이라는 경제의 중추 인프라적 특성 때문이다. 이 점 때문에 지 난 IMF 위기 때 혈세를 쏟아 부어 은행을 살려낸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은행의 수익성 추구는 이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 다. 살려줬더니 칼 들이대는 격이 되어서는 더더욱 곤란하다.
은행은 공공적 특성에 걸맞게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고, 사모펀드 식의 단기 주주 이익에 올인하는 듯 보이면 제일 먼저 고객들이 떠날 것이고 그 다음 지역사회가 외면할 것이다. 단순 담보대출업자들에게 사회와 국민 들이 지속 가능하게 관심과 애정 그리고 지원을 보낼 하등의 이유는 없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