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일 일요일

사회책임투자는 "구명복을 착용한 장거리 수영법"

요즘 증권업계의 옛 동료들을 만나면 이런 질문들을 받곤 한다. “주식시장이 이렇게 호황인데 왜 그리 고리타분하게 들리는 사회책임투 자에 빠져 있느냐”, “증권회사 근무시절 투자수익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주가와 기업분석에 열을 올리더니, 혹시 그 때 평생 먹 고 살 돈을 다 벌어놓은 건 아니냐?” 라는 빈정거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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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ask.nate.com


이런 질문들을 접할 때마다 나는 이런 비유를 들곤 한다. 만일 해변가에서 마주 보이는 섬까지 수영으로 건너야 할 때, 구명복을 입 고 건너는 방법과 맨몸으로 뛰어 드는 방법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방법을 택할 것인가? 의당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자의 방법을 택한 다. 안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섬까지의 거리가 멀면 멀수록 구명복을 택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 질 것이다. 왜냐하면 중도 에 쥐가 날 우려도, 예상치 못한 조류에 휩쓸릴 가능성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구명복을 입었다 해서 섬까지 다다를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즉 아무리 훌륭한 구명복을 착용했 다 하더라도 수영을 못한다면 목표지점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수영 법을 제대로 익히는 것이다. 마구잡이식이 아니라 기본기에 충실한 영법을 익힌다면 금상첨화다. 그런 연후 구명복을 착용한다면 구명복 의 가치가 더욱 빛나지 않겠는가?

사회책임투자는 구명복을 입고 먼 거리를 헤엄치는 것에 비교할 수 있다. 부연하자면 기본기를 잘 닦아 구명복 없이도 가능하지만 장거리이기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착용하고 가는 것에 비견될 수 있다는 말이다.

투자에 있어서 연금이나 보험회사 등의 자금은 장기투자 자금에 속한다. 즉 이들의 수익자(Beneficiary)들은 장기간의 납입의 무기간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들 돈의 운용자들(Trustee) 역시 장기간의 운용 부담(Liability)을 지니고 있 다. 이 기간은 최소 십 수년 이상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겐 한 두 달 혹은 일 이년 기간의 반짝 수익률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운용 부담을 지고 있는 십 수년 이상의 기 간 동안 꾸준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리는 것이 관건이 된다. 그리고 채권 등과 같은 고정수입 투자 (Fixed Income Investment)와 달리 주식투자의 경우엔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된다. 더군다나 장기투자 의 경우엔 단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욱 다양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즉 중단기 투자의 경우엔 기업의 영업현황, 재무적 측면에만 초점을 맞춰도 별 무리가 없다. 그러나 장기투자로 넘어가면 다른 측면들 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것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워렌 버핏(Warren Buffet)이다. 그는 기업의 본질가치를 분석 하여 장기 보유하는 투자자다. 그의 기업분석 내용에 빠짐없이 포함되는 것이 바로 ‘CEO의 자질 및 도덕성’과 ‘지배구조의 투명성 과 건전성’, ‘평판’ 등의 비재무적 요소들이다.

오늘날 기업들은 과거완 다른 경영 환경 속에 처해 있다. 그 중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로부터의 위험요소는 매우 중요한 현안이 되었 다. 지식 정보화 시대에서 창의와 혁신의 주체인 인적자원의 관리 측면, 종업원의 만족도와 사기, 인터넷을 매개로 더욱 액티브해지 는 소비자들과 시민단체에 대한 대응능력, 더 이상 발등의 불이 아닌 환경위험과 지구 온난화의 문제, 적극적인 외부주주에 대한 관리 능력 등이 그것들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잘 못 관리하면 기업에 큰 위험요소가 되고 재무적 손실로 연결되지만, 그 반대로 잘 관리하면 기업에게 커다란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나이키, 비티(BT), 쉘, 비피(BP), GE 등이 이러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 면에 얼마나 많이 투자하고 열심히 관리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요소들을 일반적인 투자에서는 체계적으로 고려하지 못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하지만 전제 자산(2,099억 불) 중 약 62%를 주식 투자하는 미국의 캘퍼스(Capers), 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이 53.2%에 달하는 네덜란드 의 ABP, 69%를 넘어서는 캐나다의 CPIBB 처럼 세계적인 장기 연금펀드들이 현재 어떻게 이러한 비재무적 요소들을 사회책임투 자와 연결시켜 활용하고 있는지를 살펴 보면 그 중요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제 동료들의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현재 내가 하는 일도 사회책임 분석을 통해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것, 그 이상도 이하 도 아니다”, “지금도 열심히 기업을 분석하고 있고 아직도 나는 세속적 욕구를 버리지 못한 터라 돈 벌고 싶은 욕심은 여전하다” 고.
다만 변한 것이 있다면 투자의 기간을 단기에서 내 평생 기간으로 바꾼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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