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군다나 이 회사는 우전시스텍과의 주식교환을 통해 코스닥 진입에 성공했다. 만일 이 사건이 불거지지 않았더라면 ‘지코프라임’의 대 주주들은 이러한 우회 상장을 통해 약 2000억 원에 달하는 주식거부(巨富)의 반열에 등극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바다 이야기의 신화는 성립하지도 유효하지도 않다. 그들의 오락기는 시중에서 종적을 감췄으며, 그들은 이제 영어의 몸으로 전락되고 말았 다.

이미지출처 : www.zcars.com.au
화제를 바꿔보자.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이 터지면서 그 불똥은 ‘글로비스’라는 회사로 튀었다. 글로비스는 5년 전에 현대차 총 수 부자가 각각 40, 60%의 지분을 출자해서 인수한 회사다. 물류회사인 글로비스는 현대차 등의 계열사매출이 총 매출 의 약 80% 이상을 기록하면서 불과 5년 여 만에 순자산 약 3700억 원의 회사로, 한 때 시장가치 3조2000억 원의 회사 로 급성장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들 부자에게 돌아간 평가차익만 해도 약 2조원에 근접한다. 불과 5년 만에 50억 원의 투자원금이 400배 가량 뻥튀기되는 순간이다. 이 역시도 또 다른 ‘마이다스의 손’의 사례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비자금 사건을 거치면서 총수 부자가 글로비스 보유지분의 전량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선언함에 따라, 이제 그 화려한 신화는 종 식되었다. 현대차 그룹과의 연결고리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마당에서 글로비스의 순항과 영화를 논하기엔 부적절하다는 판단일 터이 다. 따라서 이 회사의 주가는 대폭락했다. 9만원에서 3만원으로 추락하면서 약 2조원의 시가총액이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투자자 의 꿈도 희망도 공중 분해되는 순간이었다.
기업경영과 투자를 일컬어 “위험을 관리하고, 기회를 창출하며 수익을 극대화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이 말은 사회책임투자에 도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다. 즉, 사회책임투자는 ‘사회에 대한 책임’ 이전에 투자고, 투자는 무엇보다 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것이 며, 기회를 창출함으로써 최적의 수익률을 추구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투자에 비해 사회책임투자가 갖는 차별성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남을 것이다. 일반 투자와 사회책임투자 사이에 가 장 큰 차별성으로는, 투자회사를 선정하는 기준과 방법의 차이를 들 수 있다. 즉, 장기투자자임을 자처하는 사회책임투자자들에게 있어 서 가장 큰 골칫거리는 바로 투자위험의 원천이 날로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이었고, 그러한 복잡다기한 위험들이 현재화(顯在化)될 경 우 그들의 재무적 성과를 위협하는 위험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재무적 위험과 기회에만 주로 천착하는 전통적 기법에 더하여, 새로운 분석틀을 발전시켜왔다. 이름 하 여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분석이 그것이다. ESG분석이란, 환경, 사회, 지배구 조 측면에서의 체계적인 잣대를 통해 투자 대상기업을 분석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분석 결과물을 놓고 투자의 위험요소와 기회요인 을 판별해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사회책임투자자가 사건 발생 이전에 ‘바다이야기’란 코스닥 등록기업과 대기업 관계사 ‘글로비스’를 투자 대상으로 놓고 분석했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바다이야기’의 분석가는 사회적 측면에서의 심각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이른바, 사행산업이기 때문이다. 그것의 불법 여부, 정경유 착 고리 등의 문제는 논외로 하고 사행산업은 산업 자체가 갖는 한계성과 반사회성, 그로 인한 기업의 명성, 도덕성 등과 같은 다 소 주관적이고 애매하나 언젠가는 그 기업에 부메랑으로 돌아와 치명적 흠집을 낼 수 있는 위험요소들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사회책임 투자자는 기업이 장기적 관점에서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지 여부를 놓고 보고서를 작성했을 것이다.
‘글로비스’ 투자 여부를 검토하는 사회책임투자자는 기업지배구조의 문제를 놓고 고심했을 것이다. 재벌 체제에 대한 가치판단은 차치하 고라도 현대차 그룹의 2세 승계 구도 속에서 ‘글로비스’의 초고속성장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모호한 구석이 눈에 띠기 때문이다.
작년의 경우 ‘글로비스’는 현대차로부터만 전체 매출액의 80%를 달성했고, 매출액영업이익률에 있어서도 여타 그룹계열의 물류업체들 (범한종합물류, 삼성전자로지텍)의 1.5~0.8%에 비해 5.4%의 경이로운 실적을 이룩했다. 무언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현대 차가 총수 부자의 지분율이 가장 안정적인 회사에 매출을 몰아주고, 높은 마진을 보장해 줌으로써 이른바, ‘부의 이전 ’(Wealth Transfer)을 도와준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따라서 사회책임투자의 분석가는 이 부분에 대한 의문 부호를 달고 이를 재무적 지속 가능성의 위험도와 연관 지어 투자의 실행여부를 판단했을 것이다.
사회책임투자는 ‘마이다스의 손’을 꺾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사회의 이곳저곳에서 ‘마이다스의 손들’이 생겨나고 자라나기 를 염원하며 환영한다. 다만, 그 손이 편법과 반칙으로 얼룩져 있다면, 만일 그 손이 흉기를 들고 우리사회를 위협한다면, 이를 이 슈화하여 사회를 향해 경고음을 울려주거나 그러한 손들에게 다가가 얼룩진 손을 씻어 주고, 흉기를 내려놓으라고 넌지시 손 잡아주 는 몸짓이다. 그리고 그러한 손들이 그들의 탁월한 재능을 살려 그들과 사회와 투자자를 위해 제대로 쓰임받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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