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일 일요일

캘퍼스 효과를 아십니까?(기업지배구조의 삼권분립)

권력분립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말한 사람은 17세기 영국의 존 로크(J. Locke)였다. 그는 입법권과 집행권을 분리하자고 처음으로 주장했다.

그 뒤 18세기엔 프랑스의 몽테스키외(Montesquieu)가 유명한 저서, '법의 정신'에서 입법, 행정, 사법의 3권 분립을 주장했다.

19세기 들어 영국의 액튼(Acton)경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권력은 부패하기 쉬운데 절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아마도 위 세 명의 사상가들은 공통적으로 인간의 욕망 추구에 대한 자기통제력에 대해 근본적 불신을 던지는 듯 하다. 스스로 통제하 지 못하면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외부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논거일 터다.

2003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기업지배구조와 관련된 논문을 소개하고 있다. 제목은 "이사회의 없어진 연결고리 (The board's missing link)". 이 논문에서 저자인 하버드대학의 몽고메리 (Cynthia A. Montgomery) 교수와 카우프먼(Rhonda Kaufman) 교수는 기업지배구조의 삼각형 모델을 소개한 다.

그들은 기업지배구조의 삼각형 상단에는 기업(CEO)을, 왼쪽 하단에는 주주를, 오른쪽 하단에는 이사회를 각각 놓는다. 그리고 삼각형을 구성하는 각 주체들간에는 고유한 상호작용이 흐른다.

예컨대, 주주는 기업에게 자본을 대는 대신 기업은 주주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기업(CEO)은 이사회에게 정기적 보고와 전략적 판단을 구한다면 이사회는 기업을 적절히 감독할 의무를 진다.

그런데 문제는 주주와 이사회간의 관계에서 발생한다. 이론적으로 주주는 이사회를 통제할 권리를 갖고 이사회는 주주에게 책무를 져 야 한다. 그런데 이 관계가 끊어지고 주주의 역할이 약화되면서 오늘날 지배구조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그들은 말하고 있다. 다 시 말하자면, 삼각형 좌하단의 기능(주주의 기능)이 거의 사라져버린 것이다.

두 교수는 이렇게 질문하고 있다. "정치지도자들이 밀실에서 선출되고 정책결정이 은밀하게 행해진다고 생각해 보라. 과연 그러한 구조하에서 그들이 국민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와 유사한 고민은 다시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찍이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지배구조의 문제를 꼬집었다. 기업경영진들 은 남의 돈을 관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에게서 스스로의 돈을 관리할 때와 같은 신중함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근거였 다.

이러한 우려들을 반영한 것일까? 1992년 영국의 기업지배구조 원칙인 캐드베리(Cadbury)보고서의 제8항을 보면 기관투자가들 의 역할을 강조한다. 즉 기관투자가들은 투자한 회사의 임원들과 정기적으로 접촉해야 하며, 보유한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하나 의 자산으로 간주해야 하고, 의결권 행사에 대한 정책을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2001년 영국 재무성은 기관투자산업의 현황과 그 정책대안을 담고 있는 마이너스(Myners)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주주 개입의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만일 펀드매니저가 고객자산의 가치를 극대화하려면 투자한 회사에 개입할 수 있는 권리를 더욱 자주 활용해야 한다. 물론 단순히 매 각해야 할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즉 보유주식이 많거나, 주가가 현저히 저평가되었거나, 벤치마크 추종 (Tracking) 같은 이유로 인해 그 주식을 어쩔 수 없이 보유해야만 할 경우엔 관여를 통해 고객 자산 관리에 충실을 기해 야 한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미국과 영국의 상당수 연금펀드 운용사들은 그들의 투자원칙에서 주주의 경영관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 다. 그 중 가장 적극적인 연금펀드로는 미국의 캘퍼스(Calpers)와 BT연금을 운용하는 영국의 헤르메스(Hermes)자산운용 을 들 수 있다.

이들 두 연금펀드들은 상호 전략적 제휴를 맺고 의결권 행사와 경영관여에 있어서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캘퍼스는 포커스 목록 (Focus List)을 통해, 헤르메스는 포커스펀드를 통해, 잠재적으로 건실한 사업내용을 갖고 있음에도 나쁜 지배구조 때문에 주 주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집중적으로 초점(Focus)을 맞춰 투자하고 있다.


이른바 '캘퍼스 효과'로 불리는 캘퍼스의 투자성과는 탁월하다. 캘퍼스의 포커스 목록에 편입되기 이전에는 시장수익률을 하회하다가 편입 3년 후부터 시장을 초과하기 시작해서 5년 후엔 3.1%나 시장을 상회하는 성과를 나타냈다.

헤르메스도 이와 유사하다. 이들의 UK 포커스펀드는 98년 설정된 이래 연간베이스로 약 4%정도 벤치마크를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신념은 삼권분립의 철학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즉 그들은 주주자본주의에서의 기관투자가를 대의 민주주의에서의 시민의식과 등 치 시키고 있다. 따라서 참여적 시민들이 유능하고 적절한 국회의원을 선택, 모니터하고 이들이 행정부에 대해 적극적 관여와 감시 를 수행할 때 삼권분립의 안정적 황금분할이 이루어질 수 있듯이 기업지배구조의 경우도 이와 유사하다고 믿는다.

기업지배구조라고 흔히 번역되는 '거버넌스(Governance)'라는 단어는 단순한 정태적 제도의 의미를 넘어, 그 구조를 구성하 는 주체들(기업, 이사회, 주주) 간 행태적 힘의 흐름까지도 포함한다. 한쪽이라도 제 기능을 다 못하면 지배구조 삼각형의 안정 적 구조역학은 깨지고 만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 결과 행정부의 전횡(독재)은 사라졌고 이제 누구도 참여민주주의를 일컬어 불순한 행위라고 매도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기업지배구조에도 참여(Engagement)가 구현되어야 진정한 지배구조의 삼권분립 및 선진화가 확보된다. 아마도 문제 의 실마리는 이러한 당위적 목표에 대해 어느 참여적 투자가(기업의 오너)가 먼저 나서 그 비용을 먼저 부담할 것인가에서부터 찾아 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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