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일 일요일

모리와 샘의 투자 이야기

모리(Morley)와 샘(SAM)은 유럽에서 사회책임투자를 대표하는 펀드운용사들이다. 오늘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이들 두 펀드 매니저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사회책임투자(SRI)를 실행하며 또 무슨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며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을 찾아 보고자 한다.

Morley_logo.png

이미지출처 : www.omegacontracts.com


모리는 영국 최대 보험회사인 아비바(Aviva)의 자산을 운용하는 회사로, 현재 그 운용 총액은 우리 돈으로 환산하여 약 220조 원에 달한다. 모리는 지난 2000년부터 약 1조5천억원을 사회책임투자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현재 이 펀드의 운용성과는 여 타 주류 벤치마크 인덱스들의 수익률을 월등히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성과의 이면에서 이들은 어떠한 노력들을 해온 것일까? 우선 모리는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의 가치는 '비재무적인 요소들' 에 의해 더욱 영향을 받는다"라는 투자철학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시장의 단기적 변동성(Volatility)으로부 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방법 찾기에 몰두해왔다.

그 결과물로서 이들은 최근 정교한 'SRI 매트릭스'를 개발하게 된다. 이 매트릭스는 가로, 세로 각각 5개 셀(cell) 씩 총 25개의 셀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따라 분석대상 기업들의 생산품과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 경영진의 전략 및 정책 같 은 지속가능성이 각각 평가된다. 그리고 수치화된 평가 결과에 따라 투자 대상기업들은 25개의 칸에 각각 위치하게 된다. 이 중 상 위 50% 이상 기업들이 주로 투자 대상 기업의 리스트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각각의 셀은 서로 다른 할증 및 할인율을 갖고 있다. 즉, 상위 50%에 속하는 기업들은 재무분석에 의한 목표가격에 각 각 다른 할증율이 적용되고, 반면 하위 50%의 기업들이 포트폴리오에 더해진다면 일정한 할인율이 적용된다. 즉, ESG(환경,사 회,지배구조) 위험과 기회에 잘 포지셔닝된 기업들에겐 당근을,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겐 채찍을 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모리는 ESG야말로 전통적 투자자들로부터 무시당하고 있는 이슈이기에 더욱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투자의 성공이란 환영 받는 다 수의 의견이 아니라 홀대 받는 소수의 의견에서 서서히 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남들이 들여 다 보지는 않으나 매우 중요한 비관습적 지표들이 바로 ESG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것들에 깊이 천착한다.

SAM_Bronze_wm.jpg

이미지출처 : www.terna.it


샘(Sustainable Asset Management)은 우리 돈으로 약 160조원 가량을 투자하는 스위스 취리히에 본부를 두 고 있는 SRI 전문 펀드매니저이다. 샘이 정의 내리는 사회책임투자란 "장기적인 주주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것은 곧 그들 의 이름처럼 지속가능한 가치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그들의 투자방식을 차별화하면서 투자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일까? 우선 이들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동료기업 들을 이끌고 있는 선두기업들을 판별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여기서 찾아낸 기업의 지속 가능성 요소가 기업의 본질가치를 결정하는 잉 여현금흐름(Free Cash Flow)과 가중평균자본비용(Weighted Average Cost of Capital)에 어느 정도 의 영향을 끼치는가를 정교하게 분석해낸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들은 샘의 지속가능성 평가 지표를 만들었다. 이 지표는 또한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지수 (Dow Jones Sustainability Index)의 편입 기업을 결정하는 척도로도 활용되고 있다. 여하튼 이들은 위의 지 표로 평가된 결과가 기업의 본질가치에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어떠한 상관성을 갖고 있는지를 분석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를 개발한 것이 다.

이것이 이름하여 '샘의 지속 가능성과 주주 가치의 전달체계(Sustainability and Shareholder Value)'이 다. 여기서 샘은 지속 가능성 지표들(브랜드 관리능력, 인적자원 관리, 조직내의 학습, 탄소 위험 관리, 기업 지배구 조, IR 등)과 기업의 주주가치(잉여현금흐름과 WACC)사이에 6개의 매개변수들을 설정한다. 즉 매출액, 비용, 세율, 투자 액, 자본구조, 리스크 프리미엄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예컨대, 브랜드 관리를 잘하면 그것은 매출액에 일정한 영향을 끼치고 매출액은 기업의 잉여현금흐름과 직접 관련된다. 또한 기업지배구 조는 기업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낮춤으로써 결과적으로 기업의 자금 조달 코스트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본다. 이렇듯 기업의 지속가능성 은 매개변수들에 의해 기업의 주주가치와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호응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기관투자자들도 사회책임투자에 대해 점차 관심을 갖는 듯 보인다. 시중에 다양한 SRI펀드가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보 면 더욱 그런 것 같다. 이는 펀드 투자 시대를 맞아, 다양성의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진짜 승부는 지 금부터라고 생각한다.

이제까지의 SRI펀드들이 막연한 선의에 기댔다면 앞으로는 그러한 선의 이상의 초과수익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투자의 결과로 입 증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착한 기업의 기준이 무엇이며 그 기준으로 얻어진 결과들을 어떻게 평가하여 그것을 전통적인 투자분 석과 연결시킬 수 있는 지에 대한 다양한 투자모델의 개발이 시급하다. 모리처럼 샘처럼 창의적인 분석 프레임워크가 나오길 기대해본 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