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일 일요일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야망'(GRI설립의 주역 매씨박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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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www.csrdigest.com


2006년 10월6일, 암스텔담에서 열렸던 유엔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s) G3 컨퍼런스의 마지 막 밤이었다. 전 세계에서 모인 1000여명의 참가자들은 도시 강어귀의 대형 파티 연회장에 모여 있었다. 성공적인 G3 컨퍼런스 의 마지막 밤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몇 가지 문화 이벤트가 끝나자, 사회자는 한 사람을 소개했다. 로버트 매씨(Robert K. Massie)박사가 바로 그였다. " 오늘날 전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GRI는 10년 전 어느 야망가의 모험적인 꿈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분을 모시겠습니다."

한쪽 테이블에서 한 사람이 옆 사람들의 부축을 받고 일어선다. 그는 목발에 의지한 채 천천히 단상으로 향한다. 몇 사람들이 기립박 수를 시작하자 이윽고 홀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 모두가 일어나 열광적인 박수를 보내기 시작한다. 그가 단상에 오르기까지 5분 여 가 지체됐을까. 비로서 박수갈채가 멈췄다.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매씨 박사는 선천성 혈우병 환자인데다 그 합병증으로 두 다리를 거의 사용하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이다. 설상가상으로 20여 년 전에 는 수혈과정에서 HIV에 감염되었다. 현재 그는 매일 수십 가지의 약물들을 복용해야만이 생존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신체적 제약은 그의 꿈과 비전마저 제약하지는 못했다. 1996년 4월, 그는 당시로선 누구도 감히 상상하기 어려웠던 야심 찬 프로젝트의 첫 발을 내딛게 된다. 오늘날 G3로 발전된 GRI가 바로 그것이다.

그는 하버드대학 박사과정에서부터,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의사결정과정에서 사회적 이슈들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의 문제에 천착하였 다. GRI는 그의 이러한 문제의식의 결과물인 셈이다. GRI는 기업과 투자자를 매개하는 사회적, 환경적 이슈들을 기업이 여하 히 합리적인 틀 속에서 생산하고 공개할 수 있느냐를 다루고 있다.

당시 그 시도는 무모한 실험으로 폄하되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치부되기도 하였다. 사회적, 환경적 이슈들과 기업가치의 상관관계 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전무한 상황에서 주류 투자은행들이나 다국적 기업, 컨설팅회사들이 변방의 그 실험에 주목할 리는 더더욱 만무 하였다.

그러나 꿈은 꿈 꾸는 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 꿈에 열정과 집념이 더해지면 전파되고 확산되기 때문이다. 매씨 박사의 꿈과 비 전도 그러했다. 이제 더 이상 주류투자가들도 투자와 사회적, 환경적 이슈들은 유리된 관계로 바라보지 않는다. 다국적 투자은행들 과 컨설팅 회사들도 앞다투어 그 상관성을 지지하는 실증적인 연구와 조사들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7월5일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지구협약 정상회담(Global Compact Leaders Summit)에서는 새로운 주장이 제 기됐다. '골드만삭스'와 '맥킨지'가 그 주인공들이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조지 켈(George Kell) 지구협약 대표 도 이들의 분석결과에 화답했다.

이들은 ESG정책을 경영에 접목시키는 일은 장기적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동시에 시장으로부터 보상을 받는다는 증거가 있고, ESG이슈는 이제 기업과 투자자에게 중대한 위험이자 기회요소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그 회담에서 지난 3년여 동안의 연구결과(Introducing GS SUSTAIN)를 발표했다. 에너지, 철강, 광 업, 식품, 음료, 미디어 등 6개 섹터들을 분석한 결과 ESG 요소, 산업별 경쟁우위, 현금리턴 (CROCI, Cash Return on Capital Invested)의 3가지 측면에서 골고루 좋은 실적을 낸 상위기업들의 주 가가 지난 2005년 8월 이래 MSCI 지수를 약 25% 이상 상회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맥킨지 역시 전세계 391명의 CEO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Shaping the New Rule of Competition)를 발표했다. 응답자의 90% 이상이 ESG 이슈들을 5년 전보 다 더욱 그들의 경영전략과 생산활동에 통합시키고 있으며, 그들 중 72%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이슈를 그들의 전략 속 에 포함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10여 년 전 한 야망가의 꿈은 전 세계 여러 현장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 역시 바깥 세상의 변화를 한가로이 지켜보는 것만으 로 만족할 순 없다. 우리도 우리들의 꿈을 꾸고 우리들의 비전을 세워야 한다. 무모한 꿈, 뜬구름 잡는 꿈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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