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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2일 일요일

사회책임투자 제대로 보기(주주주장과 관여전략과의 차이와 유사함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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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newslink.media.daum.net


한국을 대표하는 한 시민단체에서는 97년부터 소액주주운동을 벌여왔다. 그들의 캐치프레이즈는 ‘소액주주 권익보호’와 ‘기업경영의 투 명성 확보’였다. 그들은 소량의 주식을 매입하여 주주총회에 출석한 후 총회장에서 맹활약했다. 때때로 발언권을 얻어 사측과의 몸싸움 도 불사하며 회사의 부적절한 내용들을 폭로하기도 했다.

지난주엔 국내 가톨릭계가 주주행동에 나섰다. 한 센터를 중심으로 삼성화재의 주주총회에 참석해 지속가능보고서 발간을 요구하는 주주제 안권을 행사했다. 이 제안에는 5개의 수도회와 3개의 수녀회 등이 참여했다. 이들이 총 보유한 주식 수는 144주, 금액으로 환산 하면 약 2400만 원 정도의 규모다. 이는 그 회사 전체 시가총액에서 약 0.00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사회책임투자자들도 투자한 기업들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행동을 취한다. 이것도 그들의 전략 중 하나다. 즉 경영진에 편지 보내 기, 그들과의 미팅을 통한 대화, 주총에서의 투표권 행사, 주주제안서의 제출, 임시주총의 소집 요구 등 다양한 방법들이 망라된 다.

이들을 통칭하여 사회책임투자의 관여전략(Engagement Strategy)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여기서 위의 시민단체나 종교기 관 등이 중심이 된 주주 주장(Shareholder Advocacy)과 사회책임투자의 관여전략과는 일반적으로 어떠한 차이점과 유사 점이 있을까.

첫째, 목적부터 다르다. 우선 시민단체나 종교단체 등은 정의나 평등과 같은 가치구현이 목적이지만 사회책임투자자들은 투자수익의 극대 화가 최우선적 목적이다. 다만 시민단체의 주주 주장이나 사회책임투자의 관여 공히 주주권을 사용하여 각자의 목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는 비슷하다.

시민단체 등은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가치의 유지에는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보유주식도 극히 소량이다. 이들은 목표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의 주식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비자 불매운동도 불사한다.

이에 비해 사회책임투자 기관들은 주식가치에 변동을 초래할 수 있는 행동은 극도로 자제한다. 대개의 경우 대량 주식보유자들인 이들은 회사와 한 배를 타고 있고, 쉽게 그 배에서 내릴 수 없는 공동운명체이기 때문이다.

둘째, 시민단체 등이 단일 안건에 집중하는 대신 후자의 사회책임투자가들은 여러 이슈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예를 들어보자. 일반 적으로 시민단체가 노조설립 그 자체를 가치화하는 경향을 띤다면 투자가들은 노조의 존재 유무에 집착하기 보다는 회사의 전반적인 노사 관계 및 대종업원정책이 기업의 장기적 가치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종합적으로 따진다. 즉 명분이나 규범보다는 실용과 실리의 입장 에 선다.

사회책임투자가들은 특정기업이 노조 설립을 불허한다 하더라도 종업원의 권익과 복지정책에서 돌출된 문제가 없고 기업의 실적이 상대적으 로 양호하다면 그러한 기업에 대해서는 관대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 왜냐하면 투자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최종적 목적에 우호적인 결과 를 제시해 주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시민단체 등이 기업의 문제를 공론화시키려는 경향을 띤다면 사회책임투자자들은 언론매체를 통해 기업의 문제가 공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그보다는 비공개적이며 조용한 대화, 우호적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고자 노력한다.

물론 회사 측과 의견 절충에서 평행선을 달린다면 언론, 시민단체 등과 공조하면서 회사를 압박할 수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마지막 카드에 불과하다. 이 역시도 회사에게 악재는 그들에게도 곧 악재라는 실리적 판단에 근거한다.

사회책임투자는 다양한 투자방법들 중 하나일 뿐이다. 흔히 주식시장에서 회자되는 가치투자, 포트폴리오투자, 차트분석에 의한 투자 등과 같이 또 다른 형태의 대안적 투자방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다른 투자법처럼 사회책임투자도 수익률의 극대화를 놓고 최우선적으로 노심초사한다. 다만 ‘사회책임’이라는 수식어를 붙드는 이유는 그것이 기업의 장기가치에 매우 밀접한 기회 및 위험이 요인이 된다고 믿는 까닭이다.

따라서 사회책임투자의 여러 가지 접근법들 역시 다분히 전략적일 수밖에 없다. 그 중 관여전략도 마찬가지다. 관여전략을 이행함으 로 인해 예상되는 대가와 지불해야 하는 비용 사이에서 유리한 손익계산서가 나올 때 그들은 비로소 행동한다. 이것이 시민운동가들 의 주주 주장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우리나라의 주주 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는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도입되었다. 그러다 보니 주주총회장을 들썩이고 세간의 이목을 끄는 주주 주장이 곧 사회책임투자와 동일시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양자 간 공통의 영역도 존재하지만 이질적 요소들도 많다. 이러한 측면을 제대로 판별하여 사회책임투자를 ‘시민운동의 영역’에서 ‘투자의 본령’으로 인도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 일은 바로 투자업계 그들의 권리이자 몫이다.

장하성펀드, 고래사냥일까 팬더보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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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www.radiokorea.com


일본의 포경산업은 국제적으로 악명이 높다. 작살과 그물 등으로 중무장한 이들 포경선들은 바다 어디에서나 고래가 눈에 띄면 작살 을 날리거나 그물을 쳐서 고래를 잡는다. 대개의 경우, 작살을 맞은 고래는 피를 많이 흘려 죽게 되고, 그물에 걸린 고래는 숨 을 쉬지 못해 결국 죽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포획된 고래는 해체장으로 운반되어 살은 살대로, 뼈는 뼈대로 분해된다. 이렇게 분해된 고래의 부위는 각각의 용도에 따라 밀 거래 된다. 이런 고래의 가치는 그 덩치만큼이나 크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귀신 고래는 약 3천 만원, 밍크고래는 약 1억 원 이 상 호가한다고 하니 말이다.

기업에도 고래사냥과 흡사한 사냥꾼들이 있다. 지난 1980년대 영국의 핸슨신탁(Hanson Trust)은 기업들에게 가히 공포 의 대상이었다. 요크셔 출신의 제임스 핸슨(J. Hanson)과 고든 화이트(G. White)가 세운 이 회사는 기업사냥의 대표적 인 펀드로 당대를 풍미한 바 있다.

핸슨신탁은 사업전망이 불투명하나, 현금, 부동산 등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벽돌회사나 담배회사 등을 주로 타깃으로 삼았다. 그들 은 공격 대상이 결정되면 즉각 주식 매집에 들어간다. 인수가 완료되면 피인수 회사의 본사 건물, 토지, 공장과 같은 고정자산 등 을 분해하여 팔아 치운다. 그리곤 그 매각 대금으로 부채를 갚은 다음, 회사의 가지치기 작업에 돌입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회사 의 모양새가 갖춰지게 되어 시장가치가 치솟으면 곧바로 회사를 되팔거나 청산 절차를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이익을 실현한다.

이러한 형태의 매매기법을 일컬어 투기적 적대인수(Speculative Hostile Takeover)라고 한다. 이들은 기업을 법 인(法人)이 아닌 물적 집적체로 파악한다. 따라서 이들의 목표는 기업을 접수한 후, 가치제고를 통해 재 매각하여 투자이익을 극대화 시키는 것뿐이다. 이들의 투자기간도 역시 단기적이다.

물론 이러한 기업사냥에 대한 옹호론도 만만찮다. 옹호론자들은 기업사냥을 일컬어 기업 경영에 대한 외부감시기능의 하나일 뿐이라고 주 장한다. 즉, 대리인문제(Agency Problem)와 도덕적 해이, 그리고 참호구축(Entrenchment)이라는 주식회사 제도 의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까지 말한다.

화제를 바꿔 한 동물보호기구 이야기를 해보자. WWF(World Wildlife Fund)는 지난 1961년 스위스에 본부를 두 고 창설된 동물보호단체다. 이 기구의 로고는 바로 멸종위기에 처한 팬더곰의 그림이다. WWF는 지난 1980년부터 중국의 샨시 (Shaanxi) 주정부와 손 잡고 밀렵꾼들에 의해 멸종위기에 처한 팬더곰 구하기에 나서왔다. 이들은 주로 팬더곰의 주 서식지 를 중심으로 10,400평방 킬로미터에 걸쳐 약 50여 곳의 보호지역을 지정했다.

그리고 이 보호지역을 집중적으로 관찰하면서 팬더곰을 관리하고 있다. 때때로 이들은 보호지역을 벗어나는 팬더곰을 안전하게 포획해 서 다시 그 지역으로 갖다 놓기도 한다. 그 지역을 이탈하면 쉽게 밀렵꾼들의 사냥감이 될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의 포획은 적대적 포획이 아니라, 매우 친절하면서도 우호적인 포획인 것이다.

자본시장에도 팬더곰 보호캠페인이 존재한다. 바로 사회책임투자의 관여전략(Engagement)이 그것이다. 주식보관자 (Shareholder)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주식의 주인(Shareowner)이 되기를 원하는 사회책임투자자들은 때때로 기업 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간섭을 하기도 한다.

그와 유사한 사례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했다. '장하성펀드'와 '태광산업'간의 불꽃 튀는 공방이 바로 그것이다. 태광산업 지 분 5.15%를 취득한 이 펀드가 70%의 절대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를 상대로 관여전략의 시동을 건 것이다. 문제점을 적시하 여,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펀드의 투자기법은 한 투자펀드의 볼멘 소리쯤으로 치부될 지 모르지만 그 행간을 들여 다 보면 음미할 만한 대목이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수 십 년 동안 외부주주권은 상당부분 무시당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수의 지배주주가 이사회를 장악하 고 주주총회는 들러리를 서온 마당에 기업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말은 사실상 호사가들의 담론쯤으로 치부되었다. 투자한 기업 의 주주이익, 사회에 대한 책임의 이행여부 등의 문제는 고사하고 1인 대주주를 위한 편법과 반칙을 써도 주주들은 먼산만 바라보 고 신세 한탄만 할 뿐 딱히 선택할 수단이 없었다.

이러한 수동적 주주의 문제를 직시하고 생겨난 투자방법이 바로 사회책임투자다. 그러나 사회책임투자의 관여전략은 기업사냥에 있지 않 다. 그렇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5% 내외의 지분 취득에 머물게 된다. 지분 취득 후 그것에 부수되는 주주권을 하나의 자산으로 간 주해서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기업과 주주와의 상생의 터전을 닦아 나가는 것이다. 어쩌면 현실화될지 모르는 위험을 판별하 여 소 잃기 전에 외양간부터 미리 고치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장하성펀드'는 분명 새로운 지평을 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그것이 식도락가만의 식탁을 위해 마구잡이로 행해지는 고래사냥 의 유형에 머물지, 아니면 팬더 곰 보호 캠페인처럼 귀엽고 사랑스런 동물을 우리의 후세에게까지 넘겨주는 친절한 보호캠페인 이 될 수 있을지는 시간을 두고 좀더 지켜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