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주주자본주의가 확대되면 자연스레 배당률이 올라가고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할 돈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주식시장 이 요구하는 높은 투자수익률을 의식하게 되면 섣불리 투자에 나설 수도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투자율 저하로 인한 저성장의 악순 환 고리가 더욱 고착된다는 내용이었다.
작년엔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를 입증하는 듯한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칼아이칸 연합군의 KT&G에 대한 주주 행동주의였 다. 물론 적극적인 관여 전략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고자 하는 그들의 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칼아이칸 측 이 제시한 요구사항들이 얼마나 장기적 기업가치에 부합하는 내용인가에 대해서는 좀 의아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배당에 대한 그들의 요구는 더욱 그랬다. KT&G는 지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평균적으로 약 50% 가 까운 배당성향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세계적인 담배회사들의 배당성향인 50~68%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수준은 아니었다. 오히 려 지난 4년 동안 KT&G의 평균 주식 소각률이 6.6%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적인 주주 환원 정책에 있어서 큰 문제점 이 눈에 띠지는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칼아이칸 측은 작년 12월 5일, 분위기만 한껏 달궈 놓고 시세차익을 챙긴 채 떠나갔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과도 한 배당요구는 단기 투자를 염두에 둔 곶감 빼먹기 시도로 판명된 셈이다. 주주가치를 주장하는 듯했지만 내심 그들은 단기 기업가치 를 한껏 올려 놓고 이익을 챙기려는 단기투자자의 전형을 우리에게 보여줬을 뿐이다.

이미지출처 : news.khan.co.kr
현대자동차가 새해 벽두부터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회사의 성과급 지급에 불만을 품은 노조가 시무식에서부터 봉기를 일으킨 것이 다. 분명 폭력은 문제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국외자 수준의 정보를 갖고 가타부타 논하는 것은 조금 조심스럽다. 왜냐하면 현대차 노 사문제는 꽤나 구조적이고, 그 뿌리가 깊이 뒤엉켜있는 까닭에 문제의 근인(根因)을 모르고 특정한 입장을 취한다는 것이 자칫 경솔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회책임투자자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바라본다면, 앞서 쾌도난마의 두 학자들처럼 비슷한 유형의 염려를 떨치기가 힘들다. 두 학 자들이 주주자본주의의 폐해인 기업경영의 단기화를 지적하고 염려했듯이, 사회책임투자자들에게 현대차 노사부문의 문제는 디스카운트하거 나, 심한 경우 네거티브 스크리닝을 해야 할 측면들이 눈에 띄는 까닭이다.
왜냐하면 기업경영을 일컬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균형 있게 저글링(Juggling)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현대차의 경우 는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주주, 고객, 정부, 지역사회, 협력업체, 종업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중에서 '종업원 부문'의 위험요 소가 지나치게 돌출적이고 그에 따른 불확실성의 위험이 매우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저글링에 있어서 어느 공이든 한 개의 공이 지나치게 무거우면 공의 회전이 오래 지속될 수 없는 이치와 다름 아니다. 다 시 말하자면 악순환의 시작은 어느 이해관계자 측면에서든 발생할 수 있고 그것은 앞서의 두 학자들이 지적했던 '단기 주주이익'에서뿐 만 아니고 '단기 종업원이익'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단기 주주이익'에서 과대배당, 성장동력의 쇄진, 주가의 하락, 자금 조달의 어려움, 현금 흐름의 악화, 성장의 저하라는 악순환 고리를 예상할 수 있듯이, '단기 종업원이익'에서도 다음의 악순환을 상정해 볼 수도 있다.
파업을 밥 먹는 듯 하는 노조, 무원칙으로 허둥대는 경영진, 그로 인한 생산대수의 저하, 출고일의 지연, 소비자들 불이익의 빈번 한 발생,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단가 인하를 통한 협력업체들에게 부담 떠안기기, 그로 인한 협력업체들의 경영 위축, 실적의 악 화 같은 순환이 그러하다.
사회책임투자는 전 부문을 골고루 바라보며 투자하는 것이다. 기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 이익의 순환구조를 따져서 그 내부에 병목이 존 재한다면 그것을 기업분석에 반영하는 투자다. 따라서 칼아이칸처럼 단기주주이익에 올인하는 투자자에게도, 현대차처럼 종업원의 단기성과 급에 목을 매는 노조에게도 사회책임투자자들은 소리칠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며 중용의 도를 지키라고.
국제적 단기투기자본의 폐해와 기업 이해관계자의 님비현상이라는 두 가지 난마를 단칼에 베어낼 수 있는 한국경제의 쾌도난마는 다름아닌 사회책임투자가 아닐까 싶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