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일 일요일

앨 고어의 '또 다른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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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www.neoearly.net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 이 영화는 미국의 전 부통령 앨 고어(Al Gore)가 출연한 영화 다. 그는 이 영화에서 직접 제작한 '지구 온난화의 문제를 설명하는 슬라이드 쇼'를 통해 평범한 시민들에게 '전 지구적인 비상사태 '에 대해 놀라운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말한다. "세상에는 듣기 싫은 진실이 있다. 진실을 알게 되면 그 사실을 인정해야 하고, 그 사실을 인정하면 자신이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꽤 불편한 일이다."

지금 전 인류, 지구에도 그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바로 그것이다. 어찌 보면 그것은 시한폭탄 같기도 하다. 과학 자들의 가설이 적중한다면 십여 년 내 지구의 기후 체계는 완전히 뒤바뀔 것이라고도 한다. 인류의 소비행태가 부추긴 이산화탄소의 증 가는 빙하를 녹이고, 플로리다, 상하이, 인도, 뉴욕 같은 대도시의 40% 이상을 물에 잠기게도 하고 네덜란드는 아예 지도에서 사 라지게 할 수도 있다.

'제너레이션 자산관리(Generation Asset Management).' 이 회사는 앨 고어가 그의 오랜 친구며 골드만삭스 의 CEO를 역임한 데이비드 블러드(David Blood)와 함께 2004년 4월 설립한 자산운용사다. 그는 자본시장에서도 무 슨 불편한 진실을 발견하기라도 한 것 일까?

나는 작년 10월 암스테르담에서 열렸던 UN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s) 컨퍼런스에서 앨 고어 의 연설을 직접 들을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그의 연설에서 나는 '또 다른 불편한 진실'을 발견한다. 그것은 '시장의 투기화' 와 '회계방식의 본질적 문제로 인한 비용의 외부성(Externality)' 문제로 요약해 볼 수 있다.

투기와 투자는 다르다. 사람들은 흔히 투기를 듣기 좋은 말로 '모멘텀투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모멘텀 투자'를 원한다면 차 라리 라스베가스로 갈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에서 30여년전 뮤추얼펀드의 평균 주식 보유기간은 7년이다. 그런데 요즘 이 펀드들 은 보유주식을 11개월마다 100% 팔고 사는 회전율을 자랑한다. 이것은 '모멘텀 투자'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되어 있으나 시장 이 그만큼 투기화되고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예컨대 기업이 풍력발전 설비투자를 한다면 그 투자에 대한 회임 기간은 최소 3년이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다음 분기만을 들여다 본 다. 이러한 투자자들의 행태는 매우 비정상적이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비정상적인 요구에 기업이 장단과 박자를 맞추고 있다는 점 이다.

또한 현재의 회계방식을 살펴보자. 현재의 회계시스템은 제1차 및 2차 세계전쟁 사이인 1930년대 케인즈에 의해 주로 창안되었 다. 이 방식은 자본을 측정하는 데는 매우 정교하다. 그러나 자본재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어설프다. 자본재가 감가상각 되는데 비 해 그 외의 것들에는 그렇지도 못하다.

그 방식으론 노동을 측정하는 데도 많은 한계점들이 존재한다. 환경 측면도 매우 유감스럽다. 케인즈와 같은 거인이 이러한 오류를 범 한 것은 아마도 그가 식민지시대를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 당시 유럽국가들은 식민지의 노동력과 자연자원을 거의 무한 한 공급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경제발전 모델이 가능한 한 많은 비용을 외부화시키려는 것은 어찌 보면 케인즈의 유산일지도 모른다. 외부성이란 기업이 창출 한 비용을 그 사회가 부담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오랫동안 기업들은 외부화를 최대화함으로써 비용을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려 고 노력해왔다.

나는 최근 앨 고어의 연설을 메모한 노트를 다시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우리 모두는 각자 나름의 불편한 진실을 갖고 있다 고. 흡연, 비만, 도박, 지나친 음주, 그리고 욕심과 거짓, 불성실과 교만 같은 것들도 그러한 범주에 속할지도 모른다. 그 궁극 적 폐해를 알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바꾸기 위해서 지불해야 할 당장의 비용이 참 불편하고 부담스럽기 때문일 터다.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도박과 유사한 투기가 순간의 재미와 스릴을 가져다 주지만 그것이 결코 건전한 자산 축적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는 엄연한 진실을 회피하면 안 된다. 진실을 끌어안으면 불편함이라는 비용만 지불하면 되지만 진실을 회피하면 재앙적 손실이 뒤따 를 수도 있는 것이 주식 투자이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비용을 외부화하면 당장의 결산에는 우호적일지 모르지만 훗날 그것은 부메랑처럼 그들의 결산서에 치명적 흠집을 남 길 것이라는 진실에 눈감으면 안 된다. 문제는 미래의 불확실한 비용을 고려하여 현재의 확실한 이익의 유혹을 끊어내는 것이 다. 그 힘은 오직 양심의, 가늘고 고운 소리를 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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